HolyHabit
우리는 왜 혼자 운동할 때 더 쉽게 포기할까?
← 콘텐츠 목록으로 돌아가기

기타

우리는 왜 혼자 운동할 때 더 쉽게 포기할까?

피오니 ·

운동을 시작할 때 우리는 꽤 자신만만합니다.

이번에는 진짜 꾸준히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헬스장을 등록하고, 운동복도 사고, 유튜브에서 운동 루틴까지 찾아보죠.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깁니다.

퇴근하고 나니 너무 피곤하고, 운동복을 갈아입기도 귀찮습니다.

결국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운동을 미루게 되기 마련인데요.

이때 친구와 운동 약속이 있다면 어떨까요?

"야, 오늘 7시에 헬스장이지?"

이 메시지 하나에 결국 운동복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몸 상태가 달라진 것도 아니고, 갑자기 운동에 대한 열정이 생긴 것도 아닙니다.

달라진 건 단 하나, 함께 운동하기로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 운동을 더 쉽게 시작하는 걸까요?

단순히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일까요?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운동 동기부여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운동 동기부여는 의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을 보면 흔히 의지가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운동을 자주 미루는 사람은 의지가 부족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매일 운동하고 싶은 것은 아닐 겁니다. 그 사람 역시 피곤한 날이 있고, 헬스장에 가기 싫은 날도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운동심리학에서는 운동을 지속하는 행동에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운동 환경, 경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가령 혼자 운동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오늘 운동을 하지 않아도 누구와의 약속을 어기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운동을 마치더라도 그 경험을 공유할 사람이 없는 것이죠.

반대로 친구와 함께 운동한다면 운동을 시작하는 과정부터 혼자하는 운동과는 다릅니다.

서로 시간을 맞추고, 헬스장에서 만나고, 운동을 마친 뒤에는 오늘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하며 운동이 혼자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활동이 되는 겁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심리학 개념이 바로 '사회적 지지'입니다.

누군가 함께한다는 사실이 운동을 바꿉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는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정서적 격려나 정보, 실질적인 도움 등을 의미합니다.

운동으로 생각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헬스장에서 친구가 "지난번보다 자세 좋아졌는데?"라고 말해주는 것, 처음 사용하는 기구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 피곤한 날에도 함께 운동하자고 연락하는 것 모두 사회적 지지의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사회적 지지가 반드시 거창한 도움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운동했어?"

"나 지금 헬스장 가는 중."

"이번 주도 같이 뛰자."

이런 짧은 대화만으로도 운동을 다시 떠올리거나 실천할 계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친구의 연락이 모든 사람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응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운 간섭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관계인지입니다.

예를 들어 러닝을 처음 시작한 두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 사람은 3km를 달리는 것도 힘들어하고, 다른 사람은 이미 5km를 편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이때 더 잘 달리는 친구가 "그것밖에 못 뛰어?"라고 말한다면 함께 운동하는 시간이 부담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난주에는 2km 뛰었잖아. 오늘은 3km나 뛰었네"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떨까요?

같은 운동 기록이라도 자신의 성장을 인정받는 경험이 됩니다.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운동하는 경험은 운동에 대한 감정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운동이 힘들고 귀찮은 일에서, 함께 성취를 나누는 활동으로 바뀌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더 생깁니다.

왜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운동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사람은 원래 혼자서만 동기를 만드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 질문에 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이 발전시킨 자기결정성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입니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자발적으로 시작하고 지속하는 데 중요한 세 가지 심리적 욕구를 설명합니다.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입니다.

단어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운동에 대입하면 간단합니다.

자율성 — 내가 원해서 하는 운동인가?

다른 사람이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운동을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러닝이든 헬스든 스스로 선택한 활동일 때 운동에 더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유능감 — 나는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가?

지난달에는 10분도 달리기 어려웠는데 이제 20분을 달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경험은 운동을 이어갈 이유가 됩니다.

관계성 —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가?

함께 운동하는 친구와 기록을 공유하고, 서로 응원하고, 운동의 즐거움을 나누는 경험입니다. 혼자 운동할 때는 쉽게 느끼지 못했던 소속감을 얻을 수도 있죠.

이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되는 경험은 보다 자율적이고 지속적인 동기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중 오늘 이야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관계성입니다.

관계성은 내가 노력하는 과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나와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이 있으며,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함께 운동하는 경험은 운동 그 자체뿐 아니라 운동을 대하는 마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겁니다.

함께 운동하면 힘든 운동도 조금 다르게 기억됩니다

친구와 헬스장을 다녀온 날을 떠올려 보세요.

운동하는 동안에는 분명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세트에서는 팔이 떨렸고, 러닝머신 위에서는 숨이 찼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운동이 끝나고 나면 친구와 나눴던 대화나 웃겼던 순간이 함께 기억나기도 합니다.

"오늘 진짜 힘들었다."

"다음에는 하체 말고 다른 거 하자."

운동이 끝난 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까지 운동 경험의 일부가 되는 거죠.

반면 혼자 운동한다면 운동의 즐거움을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순간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 있습니다.

물론 혼자서도 운동에 깊이 몰입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은 많습니다.

다만 운동 자체에서 아직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초보자라면,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운동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운동을 오래 지속하려면 운동의 결과만큼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체중이 얼마나 줄었는지, 근육이 얼마나 늘었는지도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눈에 보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그 사이에 운동을 지속할 다른 이유도 필요하겠죠.

함께 운동하는 즐거움이나 작은 성취를 공유하는 경험이 바로 그런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혼자 운동할 때 더 쉽게 포기할까요?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혼자 운동할 때 쉽게 포기하는 이유를 단순히 의지 부족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운동을 시작하고 지속하는 과정에는 개인의 목표와 성향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 인간관계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운동하면 약속이 운동을 시작할 계기가 되고, 응원이 작은 자신감을 만들어 주고, 함께 성취를 나누는 경험이 운동을 계속할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운동 메이트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운동하는 것이 더 즐겁다면 그것 역시 좋은 선택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운동할 이유를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요.

다만 운동을 자꾸 미루고 있다면 다음에는 이런 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부족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운동을 조금 더 즐겁게,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경험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혼자보다 함께, 경쟁보다 성장.

홀리해빗이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피오니

운동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